어나 더 브렉시트. 16강에서 탈락한 잉글랜드를 수식하는 가장 알맞은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웨일스가 살아남긴 했지만 지난 100년간 UK축구의 중심은 잉글랜드였습니다. 그런 잉글랜드가 16강에서 변방이라 불렸던 아이슬란드에게 탈락했으니 보통 일은 아닌 거죠.

 

 

변명의 여지는 없습니다. 경기력이 아주 똥망이었어요.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여러 차례 기회를 창출했지만 마무리 지을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수비의 불안과 조 하트의 떨어진 폼은 아이슬란드에겐 먹잇감이었네요. 유로대회 역사에 남을 이변을 만들어낸 아이슬란드. 피파랭킹 131위였던 아이슬란드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

 

#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그리고 축구

 

 

33만의 인구. 5만불이 넘는 GDP. 유럽대륙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지리적 요건. 일년 내내 빙하로 뒤덮이고 활화산이 꿈틀거리는 지구 태고의 모습을 지닌듯한 지형. 연평균 최고 기온이 7도에 불과한 기후. 이런 아이슬란드를 수식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빙하와 불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보다 더 유명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축구. 아이슬란드는 축구의 나라로 불리기도 합니다.

 

 

# 아름답지만 축구에는 안 어울리는 지형과 기후

 

 

척박한 지형. 연중 4개월만 사용할 수 있는 잔디구장. 아이슬란드는 어느 것 하나 축구에 적합한 게 없었습니다. 피파에 가입했지만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지 못한 적도 있을 만큼 선수 수급은 물론 축구 보급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애초에 잔디를 심을 수도 없는 땅은 개간을 해야 잔디를 심을 수 있었고 심는다 해도 겨울추위를 못 버티고 죽으니 다시 심어야 했습니다. 아이슬란드에게 축구는 불가능이었을까요?

 

 

# 영웅의 등장

 

 

아이슬란드에게 축구는 불가능이라 여길 무렵 영웅이 등장합니다. 아이두르 구드욘센이죠. 아이슬란드에서 성장해 첼시와 바르셀로나에서 10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구드욘센이 첼시에 입단한 2000년부터 아이슬란드에 축구 붐이 불기 시작합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이에 아이슬란드 축구협회는 월드컵과 유로 본선에 진출하기 위한 플랜을 실행합니다.

 

 

# 기적이 아닌 노력

 

 

아이슬란드 축구협회는 단기간의 기적보다는 탄탄한 밑거름을 원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인도어 축구장을 전국에 짓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지역코치에 불과했던 지도자들에게 UEFA 코치 라이선스 지원사업을 펼칩니다. UEFA 라이선스를 획득한 지도자는 아이슬란드 각지에 파견되어 유소년을 육성하게 되죠. 아이들은 따뜻한 실내 축구장에서 UEFA 라이선스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자국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히팅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됩니다. 한겨울에도 잔디가 죽지 않고 살아있죠. 한 겨울에도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그 사이 아이슬란드의 피파랭킹은 131위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이보다 더 큰 미래를 보고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려줬죠.

 

 

# 10년만에 얻은 결실

 

 

 

2007년 아이슬란드 U-17대표가 최초로 유로대회 본선에 참가하게 됩니다.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죠. 이 세대들은 꾸준히 성장해 2011년 U-21유로대회 본선에 진출하게 되죠. 이 역시 최초의 기록입니다. 착실히 성장한 '인도어 키즈'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예선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크로아티아에 밀려 진출이 좌절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최초를 만들어 내며 성장한 '인도어 키즈'는 1년 뒤 유로 지역예선에서 네덜란드를 밀어내며 최초의 본선티켓을 거머쥐었고 더불어 8강 진출의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아니, 기적이 아니라 체계적인 지원과 노력의 결실이죠.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8강의 진출했습니다. 더불어 유로본선에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축구는 꿈도 꾸지 않았던 눈밭에서 공을 차던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메이저 대회 8강 팀이 됐습니다. 세계적인 스타군단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세계 최고 수준의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도 실내 축구장에서 공을 차며 발을 맞춰온 11명의 아이슬란드 인을 꺾지 못했죠. 이들이 무서운 점은 이런 것일지 모릅니다. 누구도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뭉치면 누구보다 커진다는 것. 그것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온 북 유럽인들이 가지고 있는 DNA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 척박한 땅에서 만들어 낸 결과에 자긍심을 품고 있을 테니까요. 8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프랑스를 상대하게 될 아이슬란드는 그들의 자긍심을 다시 한번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By:) 허남_허세가 섹시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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